한 송어가 어느 늦은 가을 산란을 했다.
그리고 치어가 태어났다.
강에서 자란 치어는 여느 치어들과 마찮가지로 즐겁고, 재밌게 강을 만끽했다. 힘든 가을, 겨울을 보내고 마법의 봄을 보냈다. 가을과 겨울이 힘들었던만큼, 짧은 봄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웠다. 문자 그대로 마법의 봄. 행복한 날들과 행복한 치어. 그리고 그의 친구들. 봄이 가는지도 모르고 행복에 젖어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여름. 치어에게 힘든 순간이었다. 아름다웠던 봄은 가버리고, 무덥고 숨이 막히는 여름이 찾아 왔다. 강에는 불청객들이 늘어나고 치어의 보금자리는 텀버거리는 발걸음에 농락당했다. 어느 순간 깨닳은 봄의 종말과, 이미 커버린 자신을 보며 치어는 고민한다.
산천어가 될 것인가, 송어가 될 것인가.
자신을 낳아서 키워준 강. 이제는 끝났지만 마법의 봄을 만들어준 강. 커버린 치어에겐 이제는 살기 힘들지만, 행복했던 추억만 남겨준 강. 고향, 모태, 어머니.
치어는 그런 생각이 하기 싫어진다. 고향을 배반하다니. 모태를 떠나다니. 어머니를 잊는다니. 그들에겐 아무 것도 아닌, 다 자라버린 치어지만 치어에겐 소중한 기억들이고 추억이다. 아름다운 부모님이다. 치어는 바다에 대한 꿈을 접고 싶어진다. 꿈은 꾸기 원하는 자에게만 아름다울 뿐이다. 치어에겐 더 이상 바다가 아름답지 않다.
모든걸 잊고 산천어로 남고 싶은 치어는 그렇게 바다를 잊고 목적없이 헤메인다. 그러던 어느날, 꿈에.
치어는 바다를 본다.
아름다운 바다. 드넓은 대양과 드넓은 하늘. 끝이 보이지 않는 원양. 그 한가운데에서 하늘을 잡을 듯이 뛰는 거대한 범고래. 왠지 저 범고래는 하늘도 잡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고향, 모태, 어머니. 강은 강일 뿐이다. 나의 진짜 부모님은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온 그들. 나도, 바다에 나가고 싶다. 큰 푸른 물을 본 치어의 꿈이 되살아 난다. 약속도 없고, 미래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정처도 없고, 친구도 없다. 말 그대로의 망망대해, 큰 푸른 물. 다시 치어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늘을 잡으려 뛰는 범고래처럼, 대양을 가슴에 품고 헤엄처 나간다.
언젠가 푸른 바다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겠지만, 치어에겐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이미 치어의 꿈은 큰 푸른 물이니까.
간다, 송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