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흥신소와 시즌제.

언제부턴가 드라마가 히트하면 후속작을 내달라는 요구로 시즌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몇몇의 드라마, 혹은 시트콤이 시즌제를 도입한다고 내걸고 후속작을 냈지만 거의 후속 시즌이라고 보기에 힘든-스핀오프나 혹은 그냥 단순한 연장방영이란 단어의 고급화-것들 이었다. 그리고 그 마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는 커녕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과 작품성으로 비참하게 종영해 갔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환경에 시즌제를 가장 도입 할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시즌제를 도입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소재의 일변도에서 오는 이야기의 단순성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열을 올리며 봤던 드라마인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경우, 굉장히 좋은 드라마 임에는 틀림 없지만 그 이야기를 가지고 시즌을 내걸어 일년에 23편 제작하라고 하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끔찍하다. 사랑이야기를, 그것도 정극에서 다루는 사랑이야기를 아무런 양념 없이-혹은 다른 잔 줄거리 속에서라도 중심 줄거리로 이끌면서 몇 시즌을 보내는 것은 창작자에게나 시청자에게나 고통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싫어하진 않는다. 누가 불치병이고, 누가 누구의 숨겨둔 아들이고, 누구 누구가 사실은 남매지간이라도 별 상관 없다.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슬픔이 있을 수도 있고 감동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넘처나도 상관 없다. 연기자들의 연기마다 제각각 다른 면이, 스토리의 진부함 속에서도 어떤 천재 제작자를 찾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난 한국드라마에서 봐오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런 진부한 사랑이야기는 단순히 "미니시리즈"라는 틀에서 밖에 생명력을 갖을 수 없다. 물론 연장방영이나 줄거리 꼬임으로 분량을 늘릴 수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6개월, 혹은 1년을 기다리면서 기억해 주거나 기다려 줄 시청자는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난 올 겨울, 엄청 특이한 드라마 하나를 발견했다. 마치 시즌제를 노리고 찍은 듯한, 혹은 멋대로 찍었지만 이건 시즌제가 도입되면 시즌제를 정착시키기에 가장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되는 듯한 작품.

'얼렁뚱땅 흥신소'

줄거리의 제약도, 소재의 고갈도, 현실적으로 돌아가서 (솔직히) 배우의 페이도 걱정할게 없다. 물론 이 드라마는 망했다. 키치적인 감성과 새로운 이야기로 무장한 이 전사는, 한국의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시즌제로 제작된다면 난 분명 성공할 거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무한한 자유성을 가지고 있는 이 드라마는 마치 시즌제를 위하여 태어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종료 후에도 그들의 관계와 삶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라는 에피소드 제목에 걸맞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흥신소가 있는한 무한하다. 고종황제의 황금이 있고, 야마시타 골드가 있고, 백두대간의 쇠말뚝이 있으며 금란도의 고려청자가 있다. 불타버린 황룡사, 잃어버린 직지심경, 민족의 혼이라 하는 천부경이 있다. 그들의 '흥신'거리는 무한하다. 그리고 그 무한함이 우리에게 새로운 드라마 제작환경의 지평을 열어줄 거라고 확신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돈도, 모험도, 사랑도 모두가. 은재와 무열의 사랑은 이제 빛을 보였고 민철과 희경의 애틋함은 이제 막 오해에서 벗어났다. 용수가 본 만화책의 반의 반의 반도 시즌 1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뒷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들의 미래와 과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방점은 그들이 쥐고 있다. 그 점을 어디로 찍느냐에 따라 뒷이야기가 생겨날 수도 있고, 그들과 관련은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처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우리 드라마의 제작환경도 한걸음 진일보 할 수 있을 것 같다.

by 사오시안트 | 2007/12/09 23:30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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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1004ant의 한일영.. at 2007/12/13 11:40

제목 : 다시 돌아와줘~ - 얼렁뚱땅 흥신소 (2007)
시작화면부터 너무 웃긴다. 배우들이 너무 귀여워!~ 올 한해가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상반기 한성별곡~ 하반기 얼렁뚱땅 흥신소~ 안방극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어드벤쳐, 추리, 코믹, 멜로 드라마 출동이오!!!~~~ ost 부터 작가.. 물론 배우들까지 한번씩은 나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사람들이였지만, 생방송으로 보질 않았는데.. 가끔씩 봐도 너무 웃기던데... 다른 사람들은.. 이 드라마의 존재조차도 모르더라... 이선균이 인기없을때부터......more

Commented by 칼리냥 at 2007/12/09 23:37
사랑 얘기는 고금전래 하두 울궈먹고 우려먹어서 더이상 단물 빠질 구석이 없긴 하지...
솔직히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프렌즈도 한국서 만들었으면...;;
못된 시어머니의 혼수 어택+시누이 등쌀은 필수로 나왔을걸 ㅋㅋ
그럼 모니카랑 레이첼이 머리 끄댕이 잡고 싸워야 하나 [먼 산]
Commented by 올비 at 2007/12/10 13:35
저도 얼뚱소를 보면서 시즌제로 만들기 참 좋은 드라마라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소재가 무궁무진하죠.
얼뚱소 공식 홈페이지나 다음 텔레비존 얼뚱소 게시판에 가보면 시즌제 요구가 많더군요.
KBS에서 받아들여줄지 모르겠지만 (얼뚱소 자체가 작가가 꼭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했던 내용이지만 받아준 방송사가 없었다가 KBS에서 해준거라 하더군요) 저 역시 개인적으로 시즌제를 바라고 있습니다 ^^
Commented by 1004ant at 2007/12/13 11:42
결국 스폰서가 농심 (주) 하나만 나왔던 슬픈 드라마였죠~ 그래도 사랑스러워요~
Commented by 최민경 at 2008/02/23 00:06
안녕하세요^^
[얼렁뚱땅 흥신소 시즌 2 & 감독판 DVD 추진 카페]에서 팬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감독판 DVD에 대한 저희들의 열의를 보여드리기 위해 진행되었던 라면 & 편지 보내기 운동으로 방송사측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셨습니다.
함영훈 PD님과의 통화를 통해서 감독판 DVD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상태이며, 최소한 500명의 가신청자를 모아야 희망이 보이기에 열심히 가신청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한달의 홍보에도 500명이 모이지 않는다면 감독판 DVD는 완전히 무산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난해 2개월간 저희와 함께 했던 얼렁뚱땅 흥신소에 대한 팬들의 마음은 모두 같을 꺼라 봅니다. 많은 분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감독판 DVD 발매를 위해서라도 많은 분들의 도움이 절실 합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이 현실로 이뤄 질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팬들의 힘을 모을 때입니다.
작은 응원도 홍보도 모두 큰 힘이 됩니다. 많은 도움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독판 DVD를 위하여 우리의 노력은 계속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추진카페에 방문하시면 됩니다.
얼뚱소 감독판 DVD 추진위 카페: http://cafe.naver.com/goldh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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